매출 다 깎아먹는 전자결제 시스템

2015. 9. 22. 18:59 - Myeongwon Choi

어제였습니다. 쇼핑몰에 접속했고,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를 누르니 U+ 전자결제 모듈이 뜨더군요. 사실 인터넷 쇼핑몰보다는 스팀을 훨씬 빈도있게 이용하는 저로서는 한국 결제시스템의 사악함을 느끼지 못했고, 오늘도 아무 일 없겠거니 하며 일이 시작했습니다.


U+에서는 아마 판매자에게 일정량의 수수료를 받고 신용카드 결제 모듈을 제공하고 있을 겁니다. 평소 사용하던 국민카드를 사용할 수 없어서 농협을 누르고 다음 버튼을 클릭한 순간 농협에서 자체 제공하는 신용카드 결제창이 나타나더군요. 이럴 거면 비싼 수수료 줘가면서 왜 U+ 모듈을 사용하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 그건 판매자의 자유이니 그럴 수 있다 칩시다.


저는 MacBook Pro (Retina, 13-inch, Mid 2014)를 사용중입니다. 당연히 운영체제는 OSX이고요. 기본적으로 결제 모듈은 어떤 환경에서나 결제가 잘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본분입니다. 돈을 잘 받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나 농협의 모듈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ActiveX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 결제 모듈 설치를 요구한다.

이제는 점유율도 다 떨어진 IE를 사용하지 않으면, 따로 결제모듈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과정에서 브라우저 재시작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확인 버튼을 눌러봅시다.


OSX에서 EXE파일을 실행하라며 다운로드하는 모습


한국 = Microsoft Windows입니다. OSX는 전혀 지원하지 않습니다. 무슨 발악을 해도 돈을 낼 방법조차 없습니다. 깔끔하게 포기하고 Windows 8.1로 부팅하도록 합시다. 누가 봐도 다른 브라우저는 뱉어낼 것이 뻔한 처사이니 아예 처음부터 IE로 실행했습니다. 이제 결제 모듈이 뜨긴 뜨는군요. 카드 정보를 입력하고 들어가봅니다.


가상키보드의 사용이 필수이지만, 정상적으로 사용을 할 수 없는 모습


창이 잘려 비밀번호를 입력할 수 없습니다. console을 이용하여 속성을 변경하면 되겠지만, 사실 저 키보드는 이미지 사이즈만 확대되었을 뿐 실제로 클릭을 판단하는 좌표는 정상적으로 작동합니다. 즉,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저래서는 십수 자나 되는 비밀번호를 순전히 감으로 입력해야 하고, 한 글자라도 틀려서 몇번 다시 시도하다 보면 카드가 잠깁니다. 한석봉 정도라면 잘 입력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아닙니다.


크롬 빌드 45 이상에서는 시도조차 할 수 없다,


크롬 브라우저는 공식적으로 지원을 하지 않습니다. 업데이트가 보통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크롬 특성상 구버전을 쓰고 있을리는 없고, 말만 타 브라우저를 이용해달라고 할 뿐 실제로는 지원을 포기한 것입니다. 이러한 무성의함은 어지간히 욕을 먹어도 할 말이 없다고 봅니다.


혹시나 해서 오페라 브라우저로도 접속해봤습니다만, 웹표준을 지키지 않았는지 페이지가 깨져 나와 진행을 할 수 없었습니다. 기타 타 브라우저에서 결제를 부탁한다는데, 정작 기타 타 브라우저들 중 지원하는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평점 별 1개를 자랑하는 앱카드 애플리캐이션.


그렇게 컴퓨터를 이용한 결제는 모두 실패로 끝났고 저는 최후의 수단인 스마트폰을 꺼내들었습니다. 농협은 스마트폰을 자체 인증서처럼 사용하는 앱카드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App Store에서의 평점은 별 한 개입니다.

앱을 실행하면 Wi-Fi 환경에서는 이용할 수 없다고 나옵니다. 보안 때문이랍니다. 보안 때문에 Wi-Fi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없는 앱은 생전 처음입니다.

LTE로 접속하니 이젠 블루투스를 끄랍니다. 무선랜이야 해킹 방법이 무궁무진하다 해도, 블루투스가 켜진 것이 무슨 보안에 문제가 된다는건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라는 대로 하니 실행이 됩니다. 그리고 나서 카드를 등록하고 나니 앱이 크래쉬됩니다. 왜 평점이 한 개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제 랩탑으로 결제하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돈을 주면 감사합니다 어서옵쇼 해도 돈 벌기 모자랄 마당에, 결제 모듈이 이런 식으로 되면 결국 손해 보는 것은 구매자와 판매자 뿐입니다. 말뿐인 천송이 코트, 더 이상은 아무도 봐주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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